이번 크롬바스 테스트에서 보스전 앵커사용이 가능해졌죠. 조금 늦은 고찰이지만 앵커사용에 대해 깊게 고찰해보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글로 쓰고자 합니다. '앵커를 허용하더라도 앵커사용을 반대한다면 그냥 보스전에서 안 쓰면 되는 것 아니냐?' 에 대해 오래 생각해봤습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속으로 긍정할 수 없었거든요. 어떤 부분때문에 긍정할 수 없는 것인지 생각을 정리하는데 꽤 오래 걸렸습니다. 게임에서 제한조건은 짜증과 동시에 극복하면 큰 재미를 주는 요소가 되곤 합니다. 몽라 팬텀의 포효가 대표적인 예죠. 펫 사용을 제한하면서 플레이에 스트레스를 줬고, 이를 극복했을 때 재미를 줬거든요.
상황은
마치 팬텀이 더는 포효를 쓰지 않게 되는 것과 비슷한거죠. '포효쓸 때가 재밌었으면 펫을 자체봉인하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거구요. 저는 이렇게 결론내렸습니다. 그 말이 틀리진 않았다. 다만 rpg특성을 고려하면 아쉽다 실제로 스스로에게 제약을 걸고 플레이해서 재미를 추구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다크소울의 장비없이 보스 클리어 영상 등이 대표적이겠죠. 극한의 어려움을 스스로 만들고 이걸 극복하여 커다란 재미를 얻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rpg로 가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rpg는 기본적으로 재화를 파밍하는 게임 장르죠. 이는 곧 효율과 직결되요.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재화를 파밍할 수 있는 방향을 따라가는게 합리적인 방식이 됩니다. 그게 곧 재미로 이어지니까요. 간단한 예시를 들어볼까요 당신이 컴퓨터와 스타 1:1을 하는데, 이길때마다 현금을 천원씩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죠. 그런데 치트키 'show me the money'를 써도 상관이 없대요.
돈을 고려하지 않으면 재미를 위해 치트키를 쓰지 않을 수도 있죠. 돈이 걸려있어도 한두번은 재미를 위해 치트키를 쓰지 않을 수도 있구요. 그런데 돈이 걸려있는데 파밍 중 쓸 수 있는 치트키를 안 쓴다? 이건 바보가 되는겁니다. 재화파밍이 곧 재미로 연결되는 rpg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플레이하는거죠. 하지만 치트키를 쓴다면 게임을 매우 쉽게 이길 수 있습니다. 큰 어려움 없이요. 이러면 게임 플레이가 게임보다는 돈을 버는 노동처럼 느껴지게 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노동이죠.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클릭을 하는... 이제 벌리는 돈이 재미를 충분히 준다면 계속 하는거고, 그렇지 않으면 접거나 다른 것을 하겠죠. 직장에서 일하고 게임하러 왔는데, 게임에서까지 노동을 하고 싶은 사람은 적을겁니다. rpg에서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성장에서 재미를 많이 느낍니다. 이전에 깰 수 없었던 컨텐츠를 깨기 위해 재화를 파밍하고, 이를 통해 성장한 캐릭터가 컨텐츠를 깼을 깨 큰 재미를 느끼죠. 하지만 재화 파밍이 중요한 rpg에서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의 보상이 같다면? 쉬운것을 하는게 합리적인 선택일 겁니다.
그래서 보통 rpg에서는 제약을 극복하면 더 큰 보상을 주면서 이를 시도해보게끔 유도합니다. 위에서 스타 예시를 연결해보면 치트를 쓰고 이기면 천원 / 안 쓰고 이기면 만원 이런식으로요. 이는 테흐의 보상보다 크롬의 보상이 더 큰 것으로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하겠죠. 이번 앵커 허용은 치트 사용과 무관하게보상이 동일한 예시와 비슷하겠구요. 이루샤 및 보스의 장판 패턴은 대응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패턴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재미를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많은 화남, 스트레스와 함께 재미를 느꼈고요. 만약 앵커 허용이 본섭에 적용된다면, 신규 크롬 유저분들이 저 재미를 느끼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에게 제약을 걸 수도 있겠으나, rpg의 재화파밍 특성상 이런 제약은 자칫 비효율적인 행위거나 남들에게 민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충분한 재미를 느껴보았고, 앵커 허용을 통해 신규 크롬 유저분들이 그 재미를 느껴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만큼 앵커의 판정은 압도적이니까요. 다만 장판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한 만큼, 앵커 허용 자체를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결국 정도의 문제겠죠. 앵커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크롬에서 극복해야 하는 장벽은 많고, 재미를 느낄 부분도 많습니다. 다만 앵커 불허는 극복에 상당한 재미를 줬기 때문에, 앵커가 허용된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